[강식상우] 3초의 법칙-1
장마였다. 비가 오는 날의 캠퍼스는 눅눅하고 고즈넉했다. 그렇다 해서 빗물이 들이치지 않는 건물 안까지 가라앉아 있으리란 법은 없었다. 강의가 끝나고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나갈 때 아직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강식에게로 꽤 많은 머릿수의 동기와 후배들이 몰렸다. 강식에게 있어 쉬운 일은 많았지만, 사람의 표정에서 감정을 읽어내는 것에 강식은 특히 능했다. 그들의 표정은 모두 호감을 지닌 것이었다. 강식은 살면서 늘 그런 표정만을 봐왔다. 호감, 혹은 동경. 악의를 가지기에 강식은 사람들의 기준상 너무 완벽한 놈이었으니까. 학교 앞 새로 생긴 식당에 가자는 한 후배의 말에 강식은 가방을 어깨에 걸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였다. 강식의 주변에 있는 인파를 제외하고 텅 빈 강의실에 앉아있는 한 녀석이 눈에 들어온 것은.
"쟨 뭐냐?"
툭 뱉듯이 던진 강식의 말에 유난히 반짝이는 눈으로 강식을 보던 후배 하나가 고개를 흘긋 돌렸다.
"아, 저 선배 복전 한다던데요? 완전 독종이래요. A+는 다 쓸어간다나."
그 말에 어폐가 없음을 증명하듯 그놈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필기에 집중하고 있는 듯 했다. 누가 봐도 재미없는 광경이었으나, 어쩐지 한강식의 흥미를 끌기엔 충분했다.
"이름이 뭔데?"
과한 관심에 후배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일단 강식과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던 듯, 그의 이름 석 자를 입에 내었다.
"한상우…일 걸요? 이제 가요, 선배. 저 배고파요."
한상우. 머릿속으로 이름을 되뇌인 강식이 맞장구를 치는 무리에 섞여 걸음을 옮겼다. 단정한 뒷통수는 꿈쩍도 하지 않고 제 할일 만을 열심히 하고 있는 듯 했다. 그게 한강식과 한상우의 질긴 인연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