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영 Profile
"내가 말 안 했나요, 나 없인 당신이 아무것도 못 해야 한다고?"
굽슬진 머리카락은 검은 듯 갈색빛이 감돌았다. 흐트러진 앞머리 사이로 보이는 눈썹이 곧은 직선을 그렸다. 말린 장미 같은 여자. 혹자의 평에 응하듯 여자의 입술엔 말린 장밋빛의 립스틱이 칠해져 있었다. 키스할 때를 제외하고선 번짐이 없는 매무새였다. 검고 긴 속눈썹이 여자가 눈을 깜빡일 때마다 천천히 움직이길 반복했다. 옅은 검붉은 색조가 칠해진 눈두덩이 올라갈 때면 맺음새 또렷한 눈동자가 자태를 드러냈다. 갈색빛이 섞인 머리카락과는 달리 여자의 눈동자는 완연한 흑빛이었다. 마치 검은 잉크로 구毬를 칠해 놓은 듯, 아니면 물들여 놓은 듯 여자의 눈동자는 검게 윤이 났다. 마주 보고 있자 하면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눈이라 누군가는 말했다. 항상 높이 틀어올려 묶고 다니는 머리는 침대 위에서만 본연을 드러냈다. 굽슬진 긴 머리칼이 허리까지 내리 떨어졌다. 머리를 푼 여자는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평온하기만 하던 입술에 짙은 호선이 그려졌다. 낮과 밤 중 무엇이 여자에게 더 잘 어울리느냐 묻는다면 고민할 여지도 없이 밤이었다. 그중에서도 어둠이 세상을 집어삼킨 한밤중이 여자에겐 어울렸다.
둥근 눈매임에도 꼬리를 위로 올려 그리는 화장법은 여자의 성격을 드러내는 한 부분이었다. 자존심이 한껏 높은 고고한 암사자에게 누가 시답잖은 수작을 부릴 수 있을까. 여자는 여자의 기준에 못 미치는 것들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아주 가끔 따분할 때면 버려두었던 것들을 잠시 주워 놀잇감으로 삼는 악취미는 있었지만. 간혹, 여자의 인상이 부드럽게 풀어질 때도 있었는데 그건 아주 작고 연약한 것을 보거나 기준에 미치는 것들을 마주할 때였다. 여자가 사랑하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여자가 사랑하는 것은, 기준에 미치는 것을 연약하게 만드는 것. 여자 없인 아무것도 할 수 없게 길들이는 것이었다. 여자의 손엔 항상 보이지 않는 검은 목줄이 들려 있었다. 여자가 사랑하는 것을 더 사랑하기 위하여.
ETC.
- 언젠가 아주 짧게 쳤던 머리, 지금은 허리까지 오는 길이.
- 향담배, 바스도프 체리.
- 사람 많은 곳보단 조용한 곳, 시끄러운 술집보단 단골인 칵테일 바.
- 동네 캣맘.
- 키우는 고양이 이름 체셔. 먼치킨 4세.
- 대형 잡지사의 잡지 에디터. 부업이자 취미로 쓰는 추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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