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빗방울이 떨어지는 아주 작은 소리조차 크게 들릴 때가 있는 법이다. 특히나 카카시와 A, 상급 닌자인 둘에겐 작은 소리마저 더욱 크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자는데 방해가 될 정도의 소음은 아니었으나 밖에 비가 오고 있음을 잊을 순 없을 정도의 빗소리였다. 새벽의 빗소리는 잠을 청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해 오늘도 A는 잠에 들지 못하고 얇은 모포 아래에서 몸을 바르작대고만 있었다.
"A."
"으응, 카카시."
"오늘도 잠이 안 오는 건가?"
"아무래도 그러네…, 비가 와서 더 그런가 봐."
거세지 않은 빗줄기는 추적거리며 방 안을 습하게 했고 새까맣던 어둠은 점차 어슴푸레한 남색 빛에 섞여 갔다. 점차 색이 변해가는 빛을 바라보던 반짝이는 다른 색의 두 눈동자는 설핏 피곤이 어려있었고 그를 보던 카카시가 떨어져 있던 간극을 좁혀 A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A, 손."
"손?"
마치 강아지에게나 할 법한 말에 고개를 갸웃 기울이면서도 A는 카카시의 손바닥 위로 자신의 손을 겹쳤다. 별처럼 반짝이는 눈동자 위로 의아함이 서렸다.
"역시 작네."
"카카시 네 손이 크기도 하잖아."
"달라고 바로 줄 거란 생각도 안 했는데. 강아지 같긴."
"네가 달라고 했으니까…, 말하지 않아도 약간 강아지 취급 같긴 했지만."
말을 마친 A가 픽 웃어버렸다. 가벼운 웃음이었다. 카카시의 표정은 평소와 변함없었으나 그도 속으로 분명 웃었으리라 생각했다. 카카시와 A는 생각보다 많은 감정선을 공유하고 있었으니까. 잠시지만 겹쳤던 손에는 서로의 온기가 묻어 있었다. 작은 주먹을 한 번 꼭 쥐었다 놓으며 A는 남아있는 온기에 대하여 생각했다. 동그란 눈이 두어 번 깜빡였다. A는 그 모습을 보던 카카시가 별똥별이 두 번 떨어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음을 알 리 없었지만, A의 앞머리를 정리해주는 손길에 푸스스 웃으며 그의 애정을 다른 말없이도 느낄 순 있었다. 둘만이 공유하는 빗속의 새벽 공기엔 어느 누구도 끼어들 수 없었다.
"부드러워."
작은 속삭임이었으나 A의 귓가에 닿지 못할 정도의 크기는 아니었다. A의 귀 끝이 발그스레 물들었고, 어둠 속에서도 그를 눈치챈 카카시가 A의 귀 끝을 어루만졌다. 온기 어린 손길은 귀에서 목선을 타고 내려가 부드럽게 연갈색의 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카카시의 손가락 사이로 머리카락이 흩어질 동안 속이 간지러워지는 느낌에 A는 두 눈을 꼭 감았다 떴다. 평소와 너무도 다르게 느껴지는 이 기분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둘만 있는 공간 때문일까, 아니면 어젯밤 둘이 함께 보았던 유성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점차 푸른빛이 섞여가는 어둠의 묘한 마법 같은 힘일까. 마주한 카카시의 또렷한 눈동자가 오롯이 A, 자신에게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무언으로 전하는 듯해서 A는 그에 응하듯 카카시의 눈동자를 피하지 않고 바라보았다. 말 없는 교감이라는 것은 이런 걸 뜻하는 것이리라.
"자자, A."
한참 눈을 마주하던 카카시가 얇은 모포를 끌어당겨 A의 어깨 위로 덮어준 뒤 말없이 작은 어깨를 토닥거렸다. 조용히 어깨를 토닥이는 큰 손은 왠지 모르게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힘이 있었고 A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다. 붉고 푸른 별은 잠시 정전되었으나 둘을 감싼 어둠은 조금 전보다 온화한 푸른색을 띠었다. 빗소리가 점차 잦아드는 듯도 싶었다. 짙푸른 밤이 깊어갔다.